도움말
  • 届かなかった手紙

     

    *고월에서 계하까지 작성했습니다.


     

    수주님. 어느덧 계하입니다. 사쿠라를 너무 늦게 보내드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서한을 여러 번 썼다 지워버리기도 했고, 다망하기도 했다는 구실을 구차하게나마 붙여보도록 할게요. 가일층 빨리 전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문에서 안신을 거의 여쭙지 못한 것도요. 체감한 속도로만 따지자면 무슨 십 년은 지난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란 정말이지, 늘 야속합니다. 왜 이리 빨리 흐르는지 모르겠어요.

     

    하여 금시에서야 안신을 여쭙습니다. 무탈하셨나요? 저는 현재 무탈합니다. 후배들과의 긴 교련을 끝맺은 후, 장기 임무마저 다녀왔습니다. 살피어주신 덕윤에 음력 생일도 풍족하게 지내었고요. . 사주님께서도 많이 좋아지셔서 기이 복귀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선 조금 더 소게해도 좋다 하셨으나, 그러고 싶으시진 않으신 듯해요. 건재하실 때 하나의 오니라도 더 썰고 싶다 하십니다. 의지가 아주 불타오르세요. 이런 점 때문에 사주님과 뜻을 같이하는 것도 있지만, 다투는 상황도 왕왕 생기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 제 일신의 안위보다도 귀살을 중히 여기니까요.

     

    사주님께선 그것이 퍽 답답하신 모양이에요. 물론 저 또한, 사주님께서 당신의 안위보다도 혈귀를 멸살하는 것을 택할 때마다 속이 타들어가곤 합니다. 이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사그라들지 않더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가족이니까요. 다만 이것에 무뎌지는 법을 익혔습니다. 덕윤에 표면적으로 표출하진 않게 되었어요. 염려와 함께 기저에 현존하는 본심이지만요. . 금시에 드린 말씀, 사주님께는 비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주님.

     

    그리고 다른 주 분들에 대해 이리 상세히 적어주실 줄 몰랐어요. 딱히 별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이리 정성스레 답신해 주셔서 기쁩니다. 다른 분들과 수주님을 같이 만난 적이 거의 없으니 궁금해지곤 했거든요. . 첫인상이 가장 무서웠던 분을 고르라고 하셨지요. 저는 전 염주님, 그러니까 신쥬로 씨의 첫인상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머리색이었던지라기실 태양신이 상천에서 내려오신 줄 알았어요. 냅다 엎드려야 하나? 실심으로 고뇌했습니다.

     

    차후 그 얘기를 사주님께 드리니, 사주님이 신나게 웃으셨어요. 저 그렇게 즐거운 표정을 지으시는 건 처음 봤지 뭡니까. 수주님께선 어떠셨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첫인상이 가장 무서우셨던 분이요. 제가 귀살대에 들어왔을 때도 수주님은 수주님이셨기에, 그 아래에 계셨을 수주님의 모습은 상상이 잘 안 갑니다. 보다 밑의 계급이셨어도 매양 주 같으셨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수주님께선 언제나 본받아야 할 선배님의 모습 그 자체이셨지요. 항간에 도는 풍문만을 들었을 때부터, 그러니 처음 그 이전부터 말입니다. 굉장히 침착하시면서도 결단력이 있으시다는 언들을 전해듣곤 했어요. 수주라는 직책에 딱 걸맞는 분이라고 하기에 뵙고 싶었는데, 뵙고 나니 풍문이 사실이었단 것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수주님께선 또 아니라 답신하시겠죠. 그러나 부정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자랑스러운 선배님이신걸요. 이런. 또 똑같은 말씀을 드리게 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일전 수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 또한 불가피한 일입니다. 수주님께 발송할 서한에, 덕담을 어찌 빼놓을 수 있겠습니까.

     

    항시 말씀드리지만 실심으로 존경하고 있어요. 수주님께서 제게 힘을 얻으신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도 수주님이 삶의 큰 원동력 중 하나이고요. 특히 근래 들어선 수주님의 토끼풀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요행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열심히 토끼풀을 떠올리고 다닌 덕윤에 정말 만사가 형통합니다. 처음엔 안 풀리는 것 같더라도 끝내 모두 잘 해결되곤 했어요. 저는 그 중심에 수주님의 응원과 기구가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늘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잘 헤쳐나갈 테니, 내내 지켜봐 주십시오.

     

    . 서한을 적다 보니 금시에 겨우 떠올랐어요. 그때는 무뚝뚝하신 분이라는 소리도 있었는데, 그 소문 하나만큼은 틀려먹었네요. 이렇게나 유머와 다정이 넘치시는 분인데 말입니다. (🔥)

     

    그리고 도우마와 친해졌다고 말씀하셨죠. 완전히 심각한 일은 아닌 듯해 다행입니다.(뭔가 심각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일단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피차 심신의 안정에 좋을 듯합니다.) 한데 상현의 이를 구해주셨다니요. 다른 분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는 날에는 큰 사건이 일어날 듯하니, 저는 쥐 죽은 듯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다. 귀살대의 안위와 미래를 위해서요. 더불어 그러한 조건들이 붙었다니 일단은 안심입니다. 어찌 상현의 이에게서 그런 말을 받아내신 건가요. 역시 수주님의 책략엔 미칠 자가 없습니다. 그 자기 부디 약조를 지키기를 바라야겠어요.

     

    도우마와 어찌 친해졌냐 물으셨던 것 같은데, 도우마와 전 답청 중에 경개하게 되었습니다. 상현이라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승산이 없다는 것을 바로 자각했기에 유서를 고치지 못한 것을 한탄했어요. 다시 고치고 싶었거든요. 더욱 간결하고 멋있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하여 그 자에게 그것을 말하니, 유서를 고치라면서 놓아주더군요. 이후에도 수 차례 마주치며 저절로 안면을 트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대로 뇌기하고 있어요. 악귀는 무조건 멸살이지 말입니다. 만일 그 자가 인간을 또 먹게 된다면 부디 알려주세요. 그때는 저도 가세하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을 먹지 않더라도 차후 사원을 침탈해보는 것 또한 환영입니다. 불러만 주십시오. 귀살 중만 아니라면 만사를 던지고 달려가겠습니다.

     

    서한을 적고 있자니 정말 염절이 여실히 체감됩니다. 서기도 서기인데, 습도가 높아 종이가 축축하네요. 풀벌레도 마구 울어대고요. 전 이 기절이 나름 달갑긴 합니다만, 주변 대원들은 불편하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더불어 계하가 목전으로 다가온 만큼(이 부분을 쓸 때는 그랬습니다. 금시엔 계하의 달이 점차 차오르는 시기이지만요.) 불원에 도쿄에서 열릴 나츠마츠리를 준비하고 있는 듯해요. 거번에도 축제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후쿠오카에서의 축제라면 사나흘 정도 다녀왔습니다. 차처에서도 잔뜩 들뜬 모습을 보이더니, 또 준비하더군요. 그렇게 좋을까 싶습니다. 청춘이에요.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부디 금번의 축제철도 무탈히 넘어가기만을 바랍니다. 화려한 만큼 위험하기도 하니까요. 축제 말입니다. 혈귀가 없었더라면 수주님이 축제를 즐겼는지 여쭤보았을 때, 바로 웃으며 답할 수 있었겠지요? 아쉽습니다. 금야도 하루빨리 그런 대계가 도래하기만을 기구할 뿐입니다. 수주님께선 축제에 가신다면, 따로 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비록 공상에 불과한 일이지만, 그래도 저는 혈귀가 멸살된 미래를 왕왕 꿈꿔보곤 합니다. 당하의 가족과 동료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모습이더라도, 모두가 홀가분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란 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저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모든 게 끝나고 나면, 전부 털어버린 채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싶어요. 세계의 바다를 전부 돌아보고 싶습니다. 귀살대에서 수 년을 도야, 즉 수양했으니……. 여자 혼자라도 필시 안전하겠지요.

     

    기이 아시겠지만, 전 작금 들어 다시 소게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산이에요. 차처는 수도와 달라, 공기와 물이 퍽 좋습니다. 찬선들도 퍽 지미하여 입맛이 계속해서 돋아요. 해서 많이 먹었더니 배가 내내 만복합니다. 금일 석반도 들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금시엔 낙장과 쑥, 커피를 같이 섞어 마시고 있습니다. 수주님께서도 괜찮으시다면 차후 이렇게 해서 드셔 보세요.

     

    수주님께서 주신 과일청도 상금 아껴서 먹고 있는 중입니다. 적당히 달며 향기로운 것이 어찌 먹어도 도통 질리지를 않아요. 인생의 고뇌가 싹 사라지는 맛입니다. 얼마나 지미한가 하면... 낙장에 먹어도 좋고, 발효유에 얹어 먹는 것도 아주 좋으며, 따뜻한 물에 풀어서 차로 마시는 것 역시 일품입니다. 변화를 주고 싶을 땐 양과자에 발라서 녹다와 함께 먹기도 했어요. 굉장히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긴 했으나, 그래도 아주 조금씩 사용한 덕에 거뜬합니다. 최대한 천천히 소진하고 싶어요. 수주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이니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임무가 아닌 휴양의 목적으로 산을 찾고, 여유롭게 다과를 즐기니 감회가 제법 새롭습니다. 산 중턱임에도 긴장을 풀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해요. 생평 산만 보면 긴장해 몸이 굳어지곤 했는데 말입니다. 짬이 차면서 소게의 맛을 알아버린 게지요. 초심, 다시 잡아야겠지요?

     

    금번의 휴식이 끝나면 다시 장기 임무가 주어질 것 같습니다. 계하의 만월이 지나고 나면, 상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그것마저 마무리된다면 아마 긴 휴식이 주어질 듯합니다. 계급이 계급인지라 임무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쭉 불원으로 배정될 것 같아요. 수주님께서도 휴가까지는 꽤 남으셨다 들었습니다. 물론 내내 무탈하실 것이란 건 알고 있습니다(부담을 드리려는 의도는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무운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수주님의 응원이 제게 힘이 되는 것처럼, 제 기구 또한 수주님께 작은 요행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회답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마음 안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걸려도 언젠간 지구에 닿는 별빛처럼, 여배 또한 느리지만 확실히 연을 이어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근래의 목표라면 아무래도 혈귀 멸살이겠네요. 유일한 목표입니다. 거창할지도 모르나, 오라버니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분들께서 이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있으니까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이뤄나가야 할 업이니, 앞으로도 일신 내던져 열심히 썰어보려고 합니다. 같이 힘을 내는 겁니다, 수주님! (<<이때까지만 해도 패기가 넘쳤네요. -24.01.24-)

     

    금시엔 뭘 먹고 사는지 여쭤보셨죠? 수주님께 말씀드린 것처럼 과일청을 활용해 여러 음식들을 먹어보기도 하고, 녹다나 홍다를 단독으로 즐기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된장국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었어요. 연주님께선 이를 두고 영양이 부실하다고 걱정하셨지만, 생각보다 꽤나 괜찮은 식사랍니다. 다시마와 두부가 들어있어 몸에 좋거든요.

    . 근래 된장국 때문에 신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근래까진 된장국이란 호불호 없는, 만인의 음식이라 여겼는데... 싫어하는 자들도 꽤 있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미소시루에서 나는 된장 특유의 향을 꺼리는 자들도 꽤나 많은 모양이에요. 수주님께서는 어떠신가요? 된장국, 좋아하시나요?

     

    ===

     

    이 서한을 마무리한 후 다시 읽어보니, 정말 근황만 주절주절 늘어놓았더군요. 더 적고 싶지만 수주님께서 너무 놀라실 것 같아, 끊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안신 보내드릴게요, 수주님.

     

    마지막으로 염절에 찍은 사진들을 함께 송부합니다.

     

    보내주신 과일청입니다. 정말 상큼하고 지미했어요! 다시 한번 실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낙장에 커피와 쑥을 섞은 음료입니다. 위의 거품도 낙장으로 만든 거예요.

     

     

    산의 유보도입니다. 거년 염절 열심히 휴양했어요.

     

     

    마지막으로 서천을 찍은 사진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