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復歸

    수주님. 송황스럽게도 참 오래간만에 안신을 송부합니다. 그덧의 격조를 가책하시겠다면, 황송한 심정으로 온전히 받겠습니다.  전 그간 혈귀를 사냥했습니다. 당연지사이지만, 그래도 걱정하셨을 것이란 생각에 말씀드립니다. 다만 금번 추기부터 중동까지의 시기는 기억이 유독 희박합니다.  제 목전이 도처의 한기를 받아 영 침침해졌던 모양입니다. 일시 암혹한 틈으로 벌써 계묘년이 저물고 있더군요.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없어진 것이 참 의문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정신을 놓고 귀살에만 몰두한 까닭인 듯합니다. 베어내고 추스를 것들이 저도 모르는 새 차차로 늘어난 것이었을까요.

     

    수주님께선 무탈하셨나요? 이따금 칸자부로를 통해 흔적을 주셨으나 직접 안후를 여쭙고도 싶었습니다. 거년 염절, 제 생일을 축하해 주시기 전부터 엮던 안신을 맺고 싶었습니다만... 아직도 끝내지 못했군요. 금주가 끝나기 전까진 여하히 마무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먼저 말씀드리자면, 주신 과일청은 정말 지미히 먹었습니다. 차로도, 낙장에 넣어서도 마셨어요. 남은 공병은 씻은 다음 서궤 위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비워둔 채로 계속 지내고 있다가, 이틀 전 말린 장미화를 넣어보았습니다. 은은한 방훈이 감돌더군요. 이런 것들을 더 빨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실심으로 송구합니다.

     

    일전 수주님 고담처럼, 생이란 과약 천무삼일청인 듯합니다. 어떤 것을 얻고자 하면, 상응하는 대가가 따라붙는 것은 만사 여하고요. 금번 반계는 차 이치를 유독 여실히 체감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니 만사에 완벽할 수 없다는 이유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더군요. 미숙함을 느낀 만큼 성장할 테니까요. 물론 언제나 정진해야겠지만, 머나먼 미래를 보며 무리하기보단 목전의 초사에 지성을 바치며 나아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더불어 차야말로 다복을 누릴 수 있는 편로 같더군요. 여한 맥락에서, 염절만 거종하며 스스로를 쇠진한 상태로 내버려두는 짓 또한 멈추려고 합니다. 어느 기절을 마주하고 있더라도, 온기를 속속들이 찾아내어 볼게요. 그리곤 수주님께 나눠드릴 줄 아는 후배가 되겠습니다.

     

    그간 희로애락을 함께해 주신 덕분에 이렇게나마 복귀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자주 연락드릴게요, 수주님. 제 선배님이 되어주셔서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츠미 올림.

     

     

     

    추신: 원래 사용하던 서간지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해서 앞으로는 이쪽에 엮어 보내드릴게요.

     

    🍀☘️🍀☘️🍀☘️🍀☘️🍀☘️🍀☘️🍀☘️🍀☘️🍀☘️🍀☘️🍀☘️🍀☘️🍀☘️🍀☘️🍀☘️🍀☘️🍀☘️🍀☘️🍀☘️🍀☘️🍀☘️🍀☘️🍀☘️🍀☘️🍀☘️🍀☘️🍀☘️🍀☘️🍀☘️🍀☘️🍀☘️🍀☘️🍀☘️🍀☘️🍀☘️🍀☘️🍀☘️🍀☘️🍀☘️🍀☘️🍀☘️🍀☘️🍀☘️🍀☘️🍀☘️🍀☘️🍀☘️🍀☘️🍀☘️🍀☘️🍀☘️🍀☘️🍀☘️🍀☘️🍀☘️🍀☘️🍀☘️🍀☘️🍀☘️🍀☘️🍀☘️🍀☘️🍀☘️🍀☘️🍀☘️🍀☘️🍀☘️🍀☘️🍀☘️🍀☘️🍀☘️🍀☘️🍀☘️🍀☘️🍀☘️🍀☘️🍀☘️🍀☘️🍀☘️🍀☘️🍀☘️🍀☘️🍀☘️🍀☘️🍀☘️🍀☘️🍀☘️🍀☘️🍀☘️🍀☘️🍀☘️🍀☘️🍀☘️🍀☘️🍀☘️🍀☘️🍀☘️🍀☘️🍀☘️🍀☘️🍀☘️🍀☘️🍀☘️🍀☘️🍀☘️🍀☘️🍀☘️🍀☘️🍀☘️🍀☘️🍀☘️🍀☘️🍀☘️🍀☘️🍀☘️🍀☘️🍀☘️🍀☘️🍀☘️🍀☘️🍀☘️🍀☘️🍀☘️🍀☘️🍀☘️🍀☘️🍀☘️